국회, 한선교 의원‘걸레질’의 나비효과…그런데 한국당은?

이광욱l승인2019.06.11l수정2019.06.11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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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한선교 의원‘걸레질’의 나비효과…그런데 한국당은?
[‘초월회’가 열린 국회 사랑재에 기자석 20개가 새로 놓였다] ‘초월회’가 열린 국회 사랑재에 기자석 20개가 새로 놓였다
오늘 국회에선 '초월회'가 열렸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매월 첫 번째 월요일에 여야 5당 대표가 만나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인데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오지 않았습니다.
초월회는 국회 내 한옥 건물인 '사랑재'에서 열리는데, 오늘은 눈여겨볼 게 있었습니다. 기자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 20개가 새롭게 배치된 겁니다. 이전까지는 취재기자들이 바닥에 앉아 워딩을 받아치거나 멀뚱멀뚱 서서 수첩에 받아적어야 했습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이 "한선교 사무총장의 효과"라고 얘기하자 문 의장도 "보기 좋다"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 대변인은 KBS와 통화에서 "기자들이 바닥에 앉아서 의원들의 말을 받아치는 게 보기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며 "앞으로도 초월회 등 예정된 행사에는 기자석을 배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선교 효과'란 한국당 한선교 사무총장이 기자들에게 한 '걸레질' 발언을 빗댄 겁니다. 한 사무총장은 지난 3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사무총장실로 돌아가면서 복도에 줄지어 앉은 기자들을 향해 "그냥 걸레질을 하는구먼"이라고 말했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백브리핑을 조금이라도 분명하게 듣기 위해 바닥에 앉은 채로 엉덩이를 끌며 이동하던 기자들을 보며 내뱉은 말입니다.
이 말이 비하 발언인지, 막말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지만 분명한 건 이때부터 조금씩 국회 내 취재 관행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겁니다.
당장 다음날(4일) 민주당 정춘숙,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백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한국당은 "기자들의 어려움을 이용해 다른 사람(한 사무총장)을 욕보이려는 추한 행동"이라고 비판했지만, 적어도 마음만은 와 닿았다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5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백브리핑을 듣기 위해 바닥에 앉아있는 기자들을 일으켜 세워 원내대표실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또 7일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에도 바닥에 앉아있는 기자들과 함께 북카페로 들어가 백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한 사무총장이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기자들의 걸레질'을 당연시하던 국회에 긍정적인 '나비 효과'를 가져온 셈입니다.
그러면 왜 '걸레질'을 하면서까지 정치부 기자들은 '백브리핑'에 집착할까요? 정당의 공개회의에서 나오는 발언은 당 지도부나 원내 지도부, 국회의원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겁니다. 정부나 다른 정당을 비판하고, 당의 이념과 가치를 강조하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하는 말들입니다. 하지만 백브리핑은 기자가 국민과 여론을 대신해 정치인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던질 기회입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거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거나, 회피하거나, 맞받아치는 행동을 통해 국민이 국회의원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백블을 듣기 위해선 최소 30분, 길게는 한 시간 넘게 회의장 바깥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공개발언이 끝나면 기자들을 내보낸 뒤 비공개회의를 진행하는데 그 시간 동안 수십 명의 기자가 무거운 노트북을 손에 들고 기다립니다. 회의장 밖에 비치된 의자는 10여 개 남짓, 자리를 잡지 못한 기자들은 당 지도부를 둘러싸듯이 반원형으로 바닥에 둘러앉아 진을 치고, 당 지도부가 회의장 밖으로 나오면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고 빨리 받아치기 위해 바닥에 붙어 이동하는 겁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바닥에 앉고 의원들은 선 채로 브리핑하면, 눈높이를 맞춘 '대등한 위치'의 질문은 사라지고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받아적는 데만 몰두하게 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국회 개원 이후 적어도 십여 년간 이어진 관행. 해결책은 없을까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비공개회의가 열렸던 회의장으로 기자들을 들어오게 하는 겁니다. 원탁에 앉아 대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을 당 지도부가 (또는 당 지도부를 보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습니다. 현재 방식의 백브리핑에선 민감한 질문이 나오면 곧바로 제지하고 자리를 뜨면 되지만, 앉아서 진행하는 백브리핑에선 답변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게 속내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때만 기자를 의자에 '모시고', 곤란한 질문이 예상되면 '걸레질'을 방치하는 이런 방식, 언제까지 계속돼야 할까요? 사랑재도 바뀌고, 민주당도 바뀌고 있지만 '작은 날갯짓'으로 바람을 키운 한국당은 오늘도 '걸레질'하는 기자들을 내려다보며 백브리핑을 이어갔습니다.
[‘초월회’가 열린 국회 사랑재에 기자석 20개가 새로 놓였다] ‘초월회’가 열린 국회 사랑재에 기자석 20개가 새로 놓였다
오늘 국회에선 '초월회'가 열렸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매월 첫 번째 월요일에 여야 5당 대표가 만나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인데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오지 않았습니다.

초월회는 국회 내 한옥 건물인 '사랑재'에서 열리는데, 오늘은 눈여겨볼 게 있었습니다. 기자들이 앉을 수 있는 의자 20개가 새롭게 배치된 겁니다. 이전까지는 취재기자들이 바닥에 앉아 워딩을 받아치거나 멀뚱멀뚱 서서 수첩에 받아적어야 했습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이 "한선교 사무총장의 효과"라고 얘기하자 문 의장도 "보기 좋다"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이 대변인은 KBS와 통화에서 "기자들이 바닥에 앉아서 의원들의 말을 받아치는 게 보기 좋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며 "앞으로도 초월회 등 예정된 행사에는 기자석을 배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4일 기자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4일 기자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선교 효과'란 한국당 한선교 사무총장이 기자들에게 한 '걸레질' 발언을 빗댄 겁니다. 한 사무총장은 지난 3일 한국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사무총장실로 돌아가면서 복도에 줄지어 앉은 기자들을 향해 "그냥 걸레질을 하는구먼"이라고 말했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백브리핑을 조금이라도 분명하게 듣기 위해 바닥에 앉은 채로 엉덩이를 끌며 이동하던 기자들을 보며 내뱉은 말입니다.
이 말이 비하 발언인지, 막말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지만 분명한 건 이때부터 조금씩 국회 내 취재 관행에 변화가 시작됐다는 겁니다.
당장 다음날(4일) 민주당 정춘숙, 박찬대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함께 바닥에 앉아 백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한국당은 "기자들의 어려움을 이용해 다른 사람(한 사무총장)을 욕보이려는 추한 행동"이라고 비판했지만, 적어도 마음만은 와 닿았다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5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확대간부회의가 끝난 뒤 자신의 백브리핑을 듣기 위해 바닥에 앉아있는 기자들을 일으켜 세워 원내대표실로 들어오게 했습니다. 또 7일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에도 바닥에 앉아있는 기자들과 함께 북카페로 들어가 백브리핑을 진행했습니다.
한 사무총장이 무심코 내뱉은 말 한마디가 '기자들의 걸레질'을 당연시하던 국회에 긍정적인 '나비 효과'를 가져온 셈입니다.
그러면 왜 '걸레질'을 하면서까지 정치부 기자들은 '백브리핑'에 집착할까요? 정당의 공개회의에서 나오는 발언은 당 지도부나 원내 지도부, 국회의원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겁니다. 정부나 다른 정당을 비판하고, 당의 이념과 가치를 강조하고, 결과적으로 자신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하는 말들입니다. 하지만 백브리핑은 기자가 국민과 여론을 대신해 정치인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던질 기회입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하거나, 배경을 자세히 설명하거나, 회피하거나, 맞받아치는 행동을 통해 국민이 국회의원의 '민낯'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 백블을 듣기 위해선 최소 30분, 길게는 한 시간 넘게 회의장 바깥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공개발언이 끝나면 기자들을 내보낸 뒤 비공개회의를 진행하는데 그 시간 동안 수십 명의 기자가 무거운 노트북을 손에 들고 기다립니다. 회의장 밖에 비치된 의자는 10여 개 남짓, 자리를 잡지 못한 기자들은 당 지도부를 둘러싸듯이 반원형으로 바닥에 둘러앉아 진을 치고, 당 지도부가 회의장 밖으로 나오면 한 마디라도 놓치지 않고 빨리 받아치기 위해 바닥에 붙어 이동하는 겁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바닥에 앉고 의원들은 선 채로 브리핑하면, 눈높이를 맞춘 '대등한 위치'의 질문은 사라지고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받아적는 데만 몰두하게 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국회 개원 이후 적어도 십여 년간 이어진 관행. 해결책은 없을까요? 가장 좋은 해결책은 비공개회의가 열렸던 회의장으로 기자들을 들어오게 하는 겁니다. 원탁에 앉아 대등한 위치에서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방식을 당 지도부가 (또는 당 지도부를 보필하는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습니다. 현재 방식의 백브리핑에선 민감한 질문이 나오면 곧바로 제지하고 자리를 뜨면 되지만, 앉아서 진행하는 백브리핑에선 답변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게 속내입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때만 기자를 의자에 '모시고', 곤란한 질문이 예상되면 '걸레질'을 방치하는 이런 방식, 언제까지 계속돼야 할까요? 사랑재도 바뀌고, 민주당도 바뀌고 있지만 '작은 날갯짓'으로 바람을 키운 한국당은 오늘도 '걸레질'하는 기자들을 내려다보며 백브리핑을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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