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금강에 10년 만에 돌아온 '흰수마자'..강의 자연성 회복 '신호탄'

ㆍ금강 주변 모래톱·수변 공간 크게 늘어나자 동식물 활발한 움직임 포착 허철호l승인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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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금강에 10년 만에 돌아온 '흰수마자'..강의 자연성 회복 '신호탄'
ㆍ금강 주변 모래톱·수변 공간 크게 늘어나자 동식물 활발한 움직임 포착

[지난 4월 공주대 연구팀이 세종보 인근에서 잡은 흰수마자 4마리의 모습. 흰 수염이 8가닥 나 있으며, 수염 때문에 흰수마자라고 불린다. 환경부 제공]

4대강 사업 갤러리 이동지난 4월 공주대 연구팀이 세종보 인근에서 잡은 흰수마자 4마리의 모습. 흰 수염이 8가닥 나 있으며, 수염 때문에 흰수마자라고 불린다. 환경부 제공

“흰수마자가 엄청 귀여운 물고기도 아니고 일반 시민들은 시큰둥했잖아요. 근데 연구자들 사이에선 화제였어요. ‘누가 새로 과제하려고 강물에다 풀어놓은 거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돌았을 정도였다니까요. 금강 본류에서 사라진 지 10년도 넘은 애가 갑자기 출현했으니 다들 깜짝 놀란 거죠.”

최근 4대강 보 개방 이후 처음으로 금강 세종보 하류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 민물고기인 ‘흰수마자’가 발견돼 학계가 시끌벅적하다. 지난 4월4일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처음 1마리를 발견했고, 다음날 공주대 연구진이 추가로 4마리를 확인했다. 보를 열고 물의 흐름이 빨라지면서 퇴적물이 씻겨 내려가고, 강바닥에 모래가 드러나면서 흰수마자가 살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흰수마자의 귀환은 강의 자연성 회복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17일 ‘4대강 보 개방에 따른 수생태계 변화조사’ 모니터링팀과 함께 찾은 금강에선 보 개방 이후 생겨난 다양한 변화들이 확인됐다. 수문이 활짝 열린 세종보에서 힘차게 쏟아지던 물살은 문이 닫힌 하류 백제보에서 머뭇거리며 잔잔한 물결로 변했다. 그럼에도 꾸준한 강물의 흐름은 의미 있는 변화들을 하나둘 만들어내고 있었다.

■ 보 개방 후 속속 돌아오는 물고기들

“아직 물 흐름이 느린 곳에 사는 정수성 어종이 많지만, 지난 3년 동안 물살이 있는 곳에 사는 유수성 어종이 늘어나는 추세가 확연합니다.”

최지웅 생물모니터링센터 대표가 가슴까지 닿는 장화를 입더니 함께 온 연구원들과 차량 뒤편에서 고무보트를 끌어내렸다. 모니터링팀은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정기적으로 금강의 수생태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첫 조사 지점은 공주보 사업소 바로 아래의 백제보 상류. 공주보도 세종보처럼 수문이 모두 열려 있지만, 더 아래 있는 백제보의 영향으로 물이 어느 정도 차 있는 모습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보 수문 개방 지시 이후 2017년 6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보 개방 수생태계 조사는 매달 보와 인접한 지점에서 강에 살고 있는 생물들을 살펴본다. 먼저 물살을 가르며 보트가 강 한복판으로 나아갔다. 정치망을 설치했다가 이틀 뒤 거둬들여 강 복판에 어떤 물고기들이 사는지 살펴본다. 물가에서는 투망과 족대를 이용해 얕은 물에 사는 물고기들을 잡는다. 최 대표가 수풀이 우거진 물가로 걸어들어갔다. 커다란 새가 흰 날개를 펼치듯 투망이 활짝 펴졌다가 물에 잠겼다. 그물을 끌어내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고기들이 파닥였다. 몸통에 청록빛 혼인색을 띤 큼직한 수컷 피라미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피라미가 1마리에 몰개 4마리…. 망둥어처럼 생긴 놈은 밀어입니다.”

윤지우 연구원은 족대를 들고 물가를 헤쳤다. 그물을 뜨자 물고기 수십마리가 버글거렸다. 최 대표 설명에 따르면, 강가의 수풀은 ‘물고기 학교’다. “스쿨링(Schooling)이라고 작은 물고기들이 떼지어 다니면서 포식자를 피하는 겁니다. 치어들이 한군데 모여 있는 거죠.” 돌마자와 참마자가 잔뜩 잡혔고, 검은 줄이 선명한 녀석은 새끼 배스라고 했다. “치리 1, 피라미 2, 몰개 18, 돌마자 28, 참마자 3, 밀어 8, 납자루 3, 갈문망둑 2, 참붕어 2, 붕어 1….” 잡은 물고기들을 놓아주면서 윤 연구원이 어류기록장에 물고기의 종과 숫자를 적어내려갔다.

2008~2018년 금강 수생태계 변화 조사 결과를 보면, 보 개방 뒤 어류 종수가 늘고 풍부도 지수(군집 내 종 다양성)도 높아지고 있다. 공주보 구간은 평균적으로 보 개방 전 어류 종수가 7.8, 풍부도는 1.6이었다가 보 개방 후에는 각각 8.7, 2.0으로 늘었다. 월별로는 2017년 6월 5종에서 2018년 9월 13종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월별 조사에선 15종 정도 확인된다고 한다.

눈에 띄는 점은 공주보 개방 전 정수종과 유수종의 비율이 각각 62.4%, 10.9%에서 개방 후 44.2%, 19.2%로 변화했다는 점이다. 전반적으로 금강 수계에선 피라미·돌마자·흰수마자 같은 유수성 어종이 늘고, 몰개·붕어·잉어·배스 등 정수성 어종은 줄어든 것으로 관찰됐다. 하지만 여전히 강바닥을 파내고 콘크리트 보로 물을 막기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허철호  hch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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