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세계에서 멸종위기 생물 100만종 구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정수l승인2019.12.31l수정2019.12.3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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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세계에서 멸종위기 생물 100만종 구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인 새를 구하기 위해 10년 가까이 진행된 프로젝트가 성공했다. 

영국 BBC는 영국에서 멸종 위기에 놓인 조류를 구하기 위해 설립된 야생조류와습지트러스트(WWT)가 넓적부리도요 두 마리를 부화시켜 원래 살던 환경인 러시아 극동 지방으로 방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몸 크기가 참새 만한 넓적부리도요는 부리가 넓적한 주걱처럼 생겼다. 습지 주변의 진흙 위를 뒤뚱뒤뚱거리며 걷다가 먹이가 나타나면 부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잡아 먹는다. 여름에는 러시아 시베리아와 미국 알래스카 등에서 알을 낳고 봄과 가을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머문다. 한 해 동안 비행하는 거리만 8000km가 넘는다. 문제는 이 여정 동안 목숨을 위협하는 수 많은 위기를 겪는다는 점이다. 이미 수많은 습지들이 개발돼 서식지가 사라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조류 사냥이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WWT는 이미 오래 전에 "넓적부리도요가 멸종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결론 내렸다. 전 세계를 통틀어 200쌍 정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WWT 전문가들은 멸종 위기에 놓인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서식지를 찾아 위험한 요소가 없는지 살피고, 부화 확률이 낮은 종은 알을 구해 안전하게 부화시켰다. 넓적부리도요도 여기에 해당한다. 야생에 낳은 알 20개 중 성공적으로 부화해 성체까지 자라는 수는 단 3마리에 불과하다. WWT의 조류부화전문가인 타냐 그리그는 "멸종 위기에 놓인 생물 종은 100만 종이 넘는다"며 "2011년부터 공 들여 부화에 성공한 넓적부리도요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러시아 극동의 한 지역에서 몇 주간 탐사해 넓적부리도요의 둥지를 찾았다. 그리고 둥지에서 얻은 알을 인큐베이터에 넣어 영국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데비 페인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야생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어주고 부화를 기다렸다. 그들이 예측한 것보다 훨씬 오랜 시간 후에야 알에 금이 갔다. 페인 교수는 "야생과 다르게 환경이 바뀐 탓에 알도 적응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새가 실험실을 자기 서식지라고 인식하기 전에 러시아 극동의 광야로 보냈다.

WWT는 이미 2016년에 넓적부리도요의 알 두 개를 부화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기새들은 며칠 살지도 못하고 죽었다. 2년 뒤 다시 넓적부리도요 알 하나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WWT 연구팀은 교대로 근무하면서 아기새를 오래 살리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하지만 새가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조류 사육장에서 날갯짓을 하다가 부상을 입고 죽었다. 

넓적부리도요를 알에서 부화시켜 건강하게 키워 야생까지 날려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인 교수는 "8년 동안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해 단 2마리를 성공적으로 부화시켜 방사시킨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성공이 아니라 실패"라며 "하지만 수천 km를 비행하며 수많은 위기에 놓여 있는 철새를 살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넓적부리도요의 다리에 달린 태그를 이용해 비행 경로를 추적하고, 사냥이나 서식지 파괴 등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예정"이라며 "이 프로젝트 노하우를 활용해 넓적부리도요 외에도 습지나 해안 부근에 살고 있는 더 많은 동식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넓적부리도요 외에도 검은 코뿔소나 코끼리, 오랑우탄 등이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이들은 자기 서식지에서 겨우 수십~수천 마리가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동물을 멸종 위기로부터 구출하려면 장시간 과학자들의 노력과 국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알렉스 짐머만 영국 옥스포드대 동물학과 선임연구원은 "멸종 위기 동물 보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대부분 그 동물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등으로만 홍보한다"며 "대중의 관심만으로 동물 을 구할 수 있다면 지금쯤 전 세계에 살아 있는 호랑이는 수백만 마리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넓적부리도요 프로젝트에서 알 수 있듯이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을 구조하고 번식을 돕는 데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며 "프로젝트를 통해 당장 동물의 개체수를 수천~수만 마리씩 늘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멸종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수  Ecohk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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