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역사 속 염천교 도시 속 장인과 역사의 섬 이라고 부른다.

박재희l승인2020.03.08l수정2020.03.11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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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역사 속 염천교 도시 속 장인과 역사의 섬 이라고 부른다.
서울역 뒷편 염천교는 익숙한 이름이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서울역 근처 어디인데?” 정도로만 짐작하고 유추할 뿐, 염천교의 위치를 정확하게 콕 집어내기는 쉽지 않다. 일단 염천교의 위치는 서울역 근처가 맞다.
남대문에서 세종대로를 통과하면 칠패로가 나온다.이 길을 따라가면 의주로 지하 차도가 나오고 그곳에서 염천교가 시작된다. 1970년대에 서울역과 충정로 간 정비로 생긴 길이 52m, 폭 30m의 어엿한 다리인 셈이다. 염천교를 넘어가면 왼쪽은 청파로고 오른편은 서소문로다. 염천교는 조선 시대에 화약을 제조하던 관아인 ‘염초청’ 근처에 있는 다리라 해서 붙은 이름이다. ‘염춘교’라고도 한다. 서울에는 몇 개의 염천교가 있었다. 인왕산에서 발원해 한강으로 흐르는 무악천에 염천교가 있었는데 복개 공사로 없어졌다. 또 염초청 근처에 다리가 두 개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묵사동천에 있었고 지금의 중구 방산시장 인근이다. 물론 현재는 다리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대신 지금의 중림동 의주로에 놓인 다리에서 연기가 많이 나 사람들이 염초청 옆에 있던 다리를 떠올려 염천교라 불렀다고 한다.
염천교가 유명세를 탄 것은 구두 덕분이다. 일제 강점기에 서울역 인근 화물 창고에서 가죽이 흘러나왔고 이를 손재주 좋은 분들이 구두로 만들었다. 이렇게 모여든 구두 장인들의 가게를 당시 ‘경성의 모던뽀이’들이 애용했다. 염천교의 구두가 활성화된 시기는 6.25 직후다. 1952년 후반부터 수십만 미군이 신던 중고 워커가 쏟아져 나오자 이를 염천교 구두 장인들이 구두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튼튼하고 실용적이고 멋까지 갖춘 ‘메이드 인 염천교’ 구두에 반했고 염천교는 수제화를 찾는 이라면 꼭 들르는 명소가 되었다. 이 명성은 1970년에서 199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맞았다. 당시 염천교 주변으로 수제화 공방과 도매점, 구두 용품과 각종 액세서리 상점까지 약 500여 가게가 밀집해 구두의 생산과 유통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명성도 1990년대 후반부터 수그러들었다. 염천교 수제화점들이 성수동으로 옮기기 시작했고 값싼 중국산 기성화들이 쏟아져 들어온 것 이후 서울시의 도시재생프로젝트로 염천교에 대한 역사성, 특이성이 부각되면서 염천교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염천교에는 약 100여 개의 수제화점이 있다. 입구에는 ‘염천교 수제화 거리 모던뽀이 구두의 고향’이라는 표식이 서 있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수제화점들의 역사는 보통이 50여 년, 길게는 100년에 육박한다. 이름들도 정겹다. 가르방, 하나제화, 신성제화, 영동제화, 계명제화, 파피제화, 더존제화, 성광제화, 털보제화, 코리아제화, 조은댄스화, 승보제화, 굳이어제화 등등이다. 변화한 서울의 한복판에서 만나는 염천교의 모든 것은 오래되었다. 사람도, 가게도, 이름도. 하지만 그에 비례한 내공의 깊이는 따라갈 엄두를 못 낼 정도다.
염천교에서 떠오르는 또다른 단어는 ‘거지왕’이다. 드라마 ‘왕초’와 ‘거지왕 김춘삼’ 때문에 ‘염천교=거지 소굴’로 알려졌지만 염천교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기록을 보면 조선 시대 청계천의 모든 다리 밑에는 거지들이 있었다. 당시 원래의 염천교에도 당연히 거지들이 모여 있었고 이를 사람들이 지금의 염천교로 받아들인 것이다.
현재의 염천교는 서울역, 철로, 사방으로 뻗는 길, 인근에 들어서는 빌딩과 주상 복합 건물 등으로 얼핏 포위된 느낌이다.
도시 안의 섬처럼 말이다. 하지만 섬은 섬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비록 배 타고 다리 건너 들어가야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그 섬의 존재적 가치를 보존하는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염천교에서 구두 하나 장만하면 어떨까. 그것이 염천교라는 섬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하는 첫 단추기 때문이다.

박재희  jeilled@ns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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