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송도 여중생 성폭행 피의자들, “미리 범행 계획”…녹취록 입수

“협박에 의한 대화, 증거능력 없어”…“경찰이 놓친 CCTV 자료 은폐 의혹 커” 한석구 기자l승인2020.04.23l수정2020.04.3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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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송도 여중생 성폭행 피의자들, “미리 범행 계획”…녹취록 입수
“협박에 의한 대화, 증거능력 없어”…“경찰이 놓친 CCTV 자료 은폐 의혹 커”

인천 송도 여중생 집단 성폭행 피의자들이 “범행을 미리 계획했다”고 인정하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했다. 녹취록은 지난 1월8일 오후 9시2~59분 사이에 피해자의 친오빠가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피의자들과 대화한 내용이다.

녹취록 내용은 피해자 가족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린 호소 글의 주장과 피의자 A군(15)·B군(15)의 대답이 대부분 일치한다. 피해자의 가족은 이 녹취록을 이미 경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피의자 A군의 변호인은 “협박에 의한 대화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특히 “폐쇄회로(CC)TV에 나오는 (피해자를) 시체를 끌듯이 다리를 끌고 가는 모습은 끔찍하다”면서도 “A군은 유전자(DNA)도 나오지 않았고, B군이 주도한 범행이다”는 입장이다.

현재 경찰이 A군과 B군의 범행 장면이 담긴 일부 CCTV 자료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녹취록의 내용이 검찰의 기소와 재판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가위바위보’로 범행 순서 정해…피해자 방치해 놓고 국밥 먹어”

녹취록에 따르면, A군과 B군은 2019년 12월23일 오전 1시쯤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후배 C군(14)을 불러내 PC방에서 중고물품을 판다고 속여 현금만 가로채는 이른바 ‘중고사기’를 치려고 계획했다가 피해자를 불러내라고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B군은 C군에게 “약속된 시간에 (피해자가)나오지 않으면 1분당 1대다”라고 말했다. 그 후 A군과 B군은 피해자에게 술을 먹여 놓고, 피해자와 성관계를 하려고 계획했다. 이어 B군은 인근의 편의점에서 소주 4병을 구매했다.

A군과 B군은 “술을 이용해 부적절한 접촉을 하려고 계획했다”고 피해자의 친오빠에게 털어 놓았다. 특히 A군은 “지하 1층 계단실에서 범행을 저지르려고 했으나, 사람들이 올 수도 있어 피해자를 아파트 건물 32층으로 끌고 갔다”며 “미리 ‘가위바위보’로 범행 순서를 정했다”고 말했다.

또 A군은 성폭행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결국엔 성추행만 했고, 성폭행은 B군 혼자서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스감이라고 생각해 추가 범행을 저지르지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A군과 B군은 범행 후에도 정신을 잃은 피해자를 범행 장소에 방치해 놓고 인근 식당에서 국밥을 먹었다고 고백했다.

녹취록에는 A군과 A군의 아버지, 피해자의 친오빠가 대화한 내용도 섞여 있다. 이 과정에서 A군은 “솔직하게 다 얘기했다”고 A군의 아버지에게 얘기했고, A군의 아버지는 피해자의 친오빠에게 “미성년자를 납치한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A군 변호인 “CCTV 장면 끔찍”…“검찰에도 없는 장면”

녹취록의 내용과 A군 변호인의 입장은 크게 엇갈린다. 피해자의 친오빠가 조폭을 동원해 납치했고, 협박에 의한 유도질문에 대답한 것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게 A군 변호인의 입장이다.

A군의 변호인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A군은 사건 발생 이후에 수사에 적극 협조했고, DNA 불일치 판정을 받았다”며 “A군은 불기소를 전제로 조사받았는데, 청와대국민청원게시판에 호소 글이 올라온 후 (경찰이)주범으로 조사받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또 “B군은 모든 범행 계획을 A군이 꾸몄다고 진술했는데, 이는 B군이 자신의 형량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라며 “A군이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심리상담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A군의 유죄를 입증하는 것은 B군의 진술밖에 없고, 납치 상황에서 얘기한 것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A군은 당시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CCTV 자료에도 A군의 폭행이 담겨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A군과 B군이 함께 피해자를 시체 끌 듯 다리를 끌고 간 CCTV 장면은 끔찍하다. 부인하지 않는다”며 “다만 B군이 피해자를 아파트 32층으로 끌고 가자고 주도했고, 범행도 B군만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A군의 변호인이 CCTV 자료에 나타난 범행사실만 인정하고, 경찰이 확보하지 못한 CCTV 자료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있다는 게 피해자 가족의 주장이다. 게다가 변호인이 검찰에도 없는 CCTV 장면을 언급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피해자의 친오빠는 “검찰에서 경찰이 넘긴 CCTV 자료를 확인했는데, A군과 B군이 피해자를 시체 끌듯이 다리를 끌고 가는 장면이 담긴 영상자료가 없다. 변호인이 무엇을 보고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경찰이 놓친 CCTV 자료가 은폐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지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A군과 B군은 2019년 12월23일 새벽시간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같은 중학교에 다니던 피해자게 술을 먹인 후 옥상 인근의 계단으로 끌고 가 잇따라 성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한석구 기자  tiger00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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