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5·18 민주화운동 이모저모] 40년만에 ‘최후항전지’ 옛 전남도청서 기념식

강정오 기자l승인2020.05.20l수정2020.05.20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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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5·18 민주화운동 이모저모] 40년만에 ‘최후항전지’ 옛 전남도청서 기념식

제40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5월18일 5·18 민주광장에서 열렸다. 올해 기념식이 열린 곳은 각별했다. 광주 5·18 시민군 최후의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 자리’였기 때문이다. 40주년 기념식은 국립5·18민주묘지가 아닌 곳에서 열리는 첫 기념식이다. 정부 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부터 줄곧 국립 5·18민주묘지에서만 거행됐다. 역사적인 장소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가정, 직장, 경제에서의 민주주의 실현” 등을 위해 “오월의 전남도청 앞 광장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기념식은 5·18유공자 및 유족, 민주·시민단체 주요 인사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국민의례·경과 보고·편지 낭독·기념사·기념 공연·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서로 진행됐다. 시민들이 행사 마지막 순서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올해는 달랐다. 여야가 함께 불렀다. 기념식에 참석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일부 시민들은 계엄군의 총격으로 쓰러져 간 시민군의 악몽이 떠오르는 듯 굳은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사회는 방송인 김제동씨가 맡았다. 김제동은 5·18 유족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김제동은 이날 오전 10시 기념식 행사 시작 15분 전부터는 마이크를 들고 본인을 소개한 뒤 기념식 사회를 보게 되서 영광이라며 소감을 말했다. 

기념공연에서는 가수 김필이 ‘편지’를 불렀다. 5·18 당시 희생된 고 임은택씨의 아내 최정희씨 편지 낭독에 이어 검은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오른 김필은 가수 김광진의 ‘편지’를 열창했고, 유족들 중 눈물을 글썽이는 이들도 있었다.

김용택 시인은 이번 기념식을 위해 ‘바람이 일었던 곳’이라는 묵념사를 집필했고, 이를 문흥식 5·18 구속부상자회장이 낭독했다. 정재일 음악감독과 장민승 영상감독은 ‘내 정은 청산이오’라는 주제로 헌정 공연을 선보였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행사장을 찾은 고 이정현 열사의 어머니 구선악(79)씨는 “가해자들을 밝혀내서 그놈들로부터 무릎 꿇고 ‘우리가 잘못했소’하고 사죄받는 일이 남았으니, 정부가 더 힘을 내서 내가 죽기 전에 그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은 쾌청한 날씨 속에 치러졌다. 40주년이라는 상징적 의미에다 좋은 날씨에 도심인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 열린 탓인지 관람 온 시민 수는 예년보다 많았다. 이날 오전 일찍부터 5·18민주광장을 비롯한 기념식장 주변에는 행사 준비 인원과 경찰관들이 배치됐다. 또한 옛 전남도청 앞 광장과 전빌딩 주변에는 기념식이 열리기 2시간 전부터 행사 참가자와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하지만 이날 기념식은 안타깝게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5·18유공자 및 유족, 민주·시민단체 주요 인사 등 400여 명만 입장할 수 있었다. 금남로 전일빌딩 주변에 모여든 시민 2000여 명은 “경찰버스·안내소 천막 등에 가려져 기념식장이 잘 안보이지만 멀리서라도 지켜보며 5·18의 아픔을 같이 나누겠다”며 자리를 지켰다.

전북 정읍에서 기념식을 찾은 김민수(38)씨는 “직접 못 보는 건 아쉽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대한 접촉을 차단한 것 같다”며 “이 또한 나중에는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에 일부 시민들은 기념식장이 보이지 않자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일찍이 기념식장을 찾은 홍재경(34)씨는 “40주년이고 전일빌딩도 개관했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는데 기념식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서 서운하다”며 “시민들에 대한 배려는 없는 것 같아 많아 아쉽다”고 했다. 

한 60대 남성은 “시민들의 입장을 막고 관 위주로 행사를 치르고 있다”며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쏟아 냈다. 대전에서 왔다는 김아무개(58)씨 부부는 “남도 여행길에 일부러 왔는데 기념식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며 “사진이라도 찍고 돌아가야 겠다”고 말한 뒤 발길을 돌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이동 동선도 눈길을 끌었다. 시사저널은 국내 언론사 중 유일하게 행사 직전부터 광산구 송정리 공군부대 헬기 탑승 직전까지 대통령의 이동을 뒤쫓았다. 문 대통령은 승용차 편으로 9시55분께 도청 앞 광장에 도착한 뒤 아시아문화전당 주차장으로 들어가 행사장에 곧바로 입장했다. 이어 10시50분께 식이 끝나자 광주 제2순환도로를 통해 북구 망월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헌화 분향했다.

12시5분께 5·18 묘역을 빠져 나온 문 대통령이 탄 차량은 다시 북구 각하동 농수산물시장 부근에서 광주 제 2순환도로에 오른 뒤 시속 100km의 속도로 20여 분 달린 끝에 광주 광산구 송정리 광주공항 옆 공군 제11전투비행단에 도착했다.

오전 11시부터 제11비행단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광주 문팬 20여 명은 문 대통령이 탄 차량이 보이자 “문재인 대통령님이 계셔서 우리는 행복합니다!” 등이 적힌 현수막을 펼쳐 보이며 환영했다. 문 대통령은 공군부대에 대기시켜 놓은 헬기를 이용해 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5·18 기념식장 주변 경비 인력은 눈에 띄게 줄었다. 통상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경우 수천 명의 경비 인력이 기념식장을 두겹세겹으로 둘러쌌었다. 그러나 올해는 경찰관을 포함한 경비 인력이 2000여 명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강정오 기자  ccm823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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