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윤미향, 끊임없이 모금 활동에 이용… 할머니들 팔아먹었다”

이정수l승인2020.05.26l수정2020.06.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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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윤미향, 끊임없이 모금 활동에 이용… 할머니들 팔아먹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의 25일 기자회견은 모금 위주의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활동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약 30년간 정대협을 이끈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에 대한 배신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용수 할머니는 최근 윤 당선인과 정대협·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해 “생각도 못한 게 많이 나왔다”면서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금 위주, 단체·활동가 중심의 정대협 활동 방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대협에 위안부 피해 사실을 신고(1992년 6월25일)한 지 나흘 만에 한 교회에서 진행된 정대협 모금 활동에 불려 나간 오랜 기억을 끄집어낸 이 할머니는 이후에도 끊임없이 각종 스포츠대회나 해외 모금활동에 동원됐다고 주장했다.
이 할머니는 “(정대협이) 공장 갔다온 할머니(근로정신대)를 밀가루 반죽해 빚어놓고 속은 맛있고 귀한 것(위안부 피해자)을 넣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팔아먹었다. 내가 왜 팔려야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작고한 김복동 할머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할머니는 “김 할머니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지만 미국으로 어디로 끌고 다니면서 이용해 먹었다”며 “그렇게 고생시켜 놓고 뻔뻔스럽게 묘지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가짜 눈물”이라고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지난 1차 회견 때 발언한 내용을 정리한 문건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내세워 수십억원을 모금했음에도 정작 피해자들 지원에는 소홀했다는 게 이 할머니 주장이다. 그는 “(윤 당선인에게는) 정대협에 있는 할머니만, 나눔의 집에 있는 할머니들만 피해자”라며 “전국의 할머니들을 도우라고 했는데 거기 있는 할머니들만 도왔다”고 말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피해 할머니들과 별다른 상의 없이 정대협·정의연 활동을 접고 국회에 입성한 윤미향 당선인에 대한 짙은 배신감을 드러냈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30년을 함께 했는데 하루아침에 배신했다”, “사리사욕을 채워서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에 나갔다” 등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이 할머니는 정대협·정의연의 보조금·후원금 전용 의혹과 회계관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경기 안성시 위안부 피해자 쉼터 의혹과 관련해서는 “화려하게 지어놓고 (윤 당선인) 아버지가 살고 있다”며 “죄를 모르고 아직까지도 큰소리를 친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선 벌을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할머니는 윤 당선인이 최근 대구 숙소로 찾아와 무릎을 꿇은 데 대해 “(갑자기) 들어와서 무릎을 꿇고 무슨 말인지 용서를 빌더라. (그런데) 뭘 가지고 와야 용서를 하든, 안 하든 하지요”라고 답답해했다. 윤 당선인을 안은 것과 관련해선 “무슨 원수진 것도 아니고 30여년을 알고 지냈는데 한번 안아달라고 하길래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안아줬다”며 “눈물을 왈칵 쏟았는데 이를 두고 용서했다고 하는 기사는 너무 황당하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이번 정의연 논란이 지난 30년간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폄훼하는 데 악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라는 이름으로 배포한 입장문에서 “저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 그리고 그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도 “일본은 천년이 가고 만년이 가도 위안부 문제에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 할머니는 어린 학생들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주문했다. 그는 “억울하고 누명 쓴 위안부 할머니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은 우리 학생들뿐”이라며 “한·일 양국 학생들이 친하게 지내면서 올바른 역사를 배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평화인권교육관 건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한·일 양국을 비롯한 세계 청소년들이 전쟁으로 평화와 인권이 유린됐던 역사를 바탕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고 체험할 수 있는 평화인권교육관 건립을 추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여성인권운동가로서 남은 생애를 보내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그는 “여자이기 때문에 위안부라는 누명도 쓴 것”이라며 “세계 여성분들에게 피해를 끼쳐드렸다고 생각하면 부끄럽고 미안하다. ‘여성’이라는 두 글자가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늘나라에 가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내가 이렇게 해결하고 왔다’며 언니 동생들에게 용서를 빌려고 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 민주 “사실규명이 우선”… 통합 “국조 할 수도”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2차 기자회견을 지켜본 더불어민주당은 ‘사실관계 파악 후 입장 표명’이라는 기존 자세를 유지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25일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새로운 내용은 나온 게 없는 것 같다”며 “윤미향 당선인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를 지켜보고 향후 (당의)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30년간 위안부 운동을 함께 해온 이 할머니께서 기자회견까지 하며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움과 송구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며 “이 할머니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정의기억연대가 적극적으로 해소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들에게 “(윤 당선인 관련 논란들에) 건건이 대응하지 말고 전체적 흐름과 맥락을 보고 판단하라”며 윤 당선인 사태 관련 당내 입 단속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준 원내대변인은 이 할머니 기자회견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당선인 사퇴를 요구하는 의견은 없었다”며 이같이 전했다. 윤 당선인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는 가운데 지도부가 당 일각에서 나오는 윤 당선인 사퇴 요구 등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함구령’을 지시한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만촌동 인터불고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후로도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진 윤 당선인과 관련한 공식 일정을 갖지 않고 사태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다. 박 대변인은 “당에서 (앞으로) 어떤 입장을 내거나 윤 당선인을 만난다거나 하는 일정은 없는 걸로 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도 윤 당선인의 국회 등원 가능성에 대해 “예측하기 어렵다”며 “차분하고 냉정한 마음으로 수사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할머니가 기자회견 참석을 요청했던 윤 당선인은 이날 대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정의연은 이날 기자회견 후 입장문을 내고 “오늘 이 할머니께서 세세하게 피해사실을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가 훼손당하지 않는 날이 올 수 있도록 더욱더 최선을 다해 활동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고자 ‘윤미향 태스크포스(TF)’를 발족, 국정조사까지 추진할 수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윤미향 TF’ 발족식 및 1차회의에 참석해 “오죽 답답했으면 (이 할머니가)구순이 넘은 나이에 울분을 토하면서 마이크를 잡았겠나. 국민 한 사람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철저히 피해자 중심으로 의혹을 규명할 방침이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국정조사 추진까지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통합당은 TF 단장에 곽상도 의원을, 위원으로 박성중 의원과 황보승희·김병욱·전주혜·윤창현 당선인을 임명했다.
곽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윤 당선인과 부친, 남편이 1995년부터 2017년까지 다섯 채의 집을 모두 현금으로 샀다”고 주장하며 검찰에 자금 출처 수사를 요구했다.

이정수  Ecohk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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