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브레이크 없는 확장재정...국가채무 ‘경고등’ 켜지나

박재희l승인2020.06.15l수정2020.06.15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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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브레이크 없는 확장재정...국가채무 ‘경고등’ 켜지나

전국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불러온 경제 충격을 진화하기 위한 정부의 거침없는 확장재정이 ‘국가채무’ 우려로 번지고 있다. 반세기 만에 한 해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내년 543조 원이라는 ‘초슈퍼예산’ 편성까지 예고했다. 이미 올해 512조 원의 ‘슈퍼예산’도 모자라 추경까지 단행한 처지에 내년에는 더 많은 예산을 쓰겠다는 얘기다. 
국가 경제 위기 타개를 위해선 어느 정도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속도다. 세입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데 정부가 코로나19를 명목으로 지출을 팽창시키면서 나랏빚이 불어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3년 안에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 수준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 역대급 추경에 역대급 예산 예고...재정건전성 우려 확대 
15일 기획재정부(기재부)에 따르면 각 중앙부처가 제출한 ‘2021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 요구 규모는 542조9000억 원이다. 이는 올해 예산인 512조3000억 원 대비 6.0% 증가한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6.0%)부터 2019년(6.8%), 2020년(6.2%), 2021년(6.0%) 등 매년 6%대의 증액된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부처의 요청액은 총 542조9000억 원이지만 국회를 거친다면 내년도 실제 예산은 사상 처음 55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산을 편성할 당시에도 당초 요구액은 498조7000억 원이었으나, 국회에서 512조3000억 원으로 통과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경기상황, 한국판 뉴딜 등 정책여건 변화에 따른 추가 예산 요구도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단 내년도 예산 요구액 543조9000억 원을 분야별로 뜯어보면 복지·고용이 올해 대비 9.8% 증가한 198조 원으로 가장 많았다. 고용안전망 강화 및 신기술 직업훈련,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등 사회안전망 확충 등에 쓰인다고 기재부는 설명했다. 
또 교육(-3.2%)을 제외한 문화·체육·관광(3.8%), 환경(7.1%), R%D(9.4%), 국방(6.0%) 등 모둔 분야의 예산이 올해보다 증가했다. 
문제는 정부의 돈 씀씀이가 갈수록 커짐에 따라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확대된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지재정을 편성하는 각오로 국가재정 역량을 총동원하라”며 더 공격적인 재정 투입을 주문한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2·3차 추경으로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위험수위까지 올랐다. 
당장 국회에 제출된 3차 추경 규모는 35조3000억 원이다. 단일 추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과거 가장 컸던 추경은 2009년에 실시한 28조4000억 원이었다. 우리나라가 한 해 추경을 세 차례 편성한 건 1972년 이후 4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앞서 1차 추경(11조7000억 원), 2차 추경(12조2000억 원)까지 더하면 올해 편성된 추경 규모는 59조2000억 원에 달한다. 당장 올 상반기에만 지출을 60조 원 가까이 늘리는 셈이다. 
3차 추경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해 집행될 경우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 원까지 올라간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7%까지 치솟는다. 
기재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봤다. 특히 2023년에는 국가채무가 1134조 원을 돌파,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1.7%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나랏빚이 한 해 한국 경제가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앞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2023년 46%를 넘으면 국가 신용등급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할 경우 연쇄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일단 정부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면서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는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는 주요 국가에 비해 국가채무 비율이 낮은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들의 평균 국가채무 비율은 109.2%다. 이와 비교하면 아직 한국은 아직 양호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국가채무 비율 상승 속도다. 국가채무 비율 수치 자체보다 증가 속도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가채무 비율의 급격한 상승은 국가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돈 쓸 곳 천지인데 세수는 쪼그라들고...곳곳에서 ‘증세’ 필요 목소리 
또 3차 추경이 통과될 경우 국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76조4000억 원 적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79년 이후 최대 적자다. 또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기금 수입을 빼 실질적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6조6000억 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출이 많아지고 나랏빚이 점점 쌓이는 데도 세수는 쪼그라들고 있다. 올 1~4월 국세수입은 100조7000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조7000억 원 줄었다. 법인세, 부가가치세, 교통세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세금이 덜 걷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내수 위축, 수출 감소 등 기업들의 충격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올해 예상되는 세수 부족분 11조4000억 원을 3차 추경에 포함시켰다.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로 곳곳에서 ‘증세’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국책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증세 논의 필요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온 상황이다. 
처음 증세론에 불을 붙인 건 정부의 경제정책 씽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재정지출 확대 수요가 있는 만큼 그에 준해 재정수입도 확대해야 하는데, 중장기적으로 증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역시 “현재와 같이 경기침체기이면서 확장적 재정지출의 글로벌 공조가 이뤄지는 시기에 재정지출 규모와 동일한 규모로 증세하거나, 재정지출 규모보다 적은 규모로 증세하는 경우 모두 긍정적인 경제 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단 정부는 증세론과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기본소득제’에 대해 선을 긋는 모양새다. 당장 재정지원 여력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인식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증세 논의는 하고 있지 않다”며 “3차 추경을 통해 경기가 살아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우리 여건상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박재희  jeilled@ns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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