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공직자도 무릎 꿇게 만드는 ‘강남’의 힘 반영

정금태 기자l승인2020.07.22l수정2020.07.3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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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 공직자도 무릎 꿇게 만드는 ‘강남’의 힘 반영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한 비난과 이를 둘러싼 해프닝은 ‘강남 공화국’의 불편한 대한민국 현실을 극명하게 반영한다.

2주택자였던 노 실장은 7월2일 서울 서초구의 반포 아파트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 정서에 부합하기 위해 다주택자인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공직자들은 실거주지 한 채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팔 것을 권고했고, 그에 대한 솔선수범 차원에서 우선 자신이 ‘1가구 1주택’의 실천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노 실장은 당시 반포 아파트와 청주 흥덕구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노영민 해프닝’의 시작은 불과 40분 만에 이뤄졌다. 갑자기 매각할 것이란 아파트가 ‘반포 아파트’에서 ‘청주 아파트’로 둔갑한 것이다.

이 해프닝으로 말미암아 소위 ‘강남 아파트’의 위대함은 다시 한번 입증되었고, 청주를 비롯한 지방의 자괴감은 극에 달했다. 특히 국회의원 3선(청주 흥덕을)을 만들어주며 지금의 노 실장이 있게 해 준 청주 흥덕구 지역민들의 분노는 들끓었다. “돈을 위해 정치적 고향을 버렸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노 실장은 다음 지방선거에 충북지사를 노린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노 실장은 결국 논란을 빚은 지 엿새 만인 8일 “반포 아파트를 처분하겠다”고 물러서면서 해프닝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이로 인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불신과 문재인 정부의 생채기는 더욱 깊어졌다.

이런 불신과 상처를 더 깊게 후벼판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윤성원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 역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아파트와 세종시 아파트를 동시에 소유한 2주택자였는데, 7월12일 “노 실장의 1가구 1주택 권고에 따라 세종 아파트를 처분키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노 실장을 둘러싼 논란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난이 큰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윤 비서관은 국토부 출신으로 청와대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당사자여서 그의 선택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물론 노 실장처럼 지역구 정치인도 아니고 “서울 근무가 계속돼 세종 아파트에 아직 입주하지 못했다”는 그의 해명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고위 공직자들의 강남 아파트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남다른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그야말로 ‘비난은 잠깐이고, 이익은 영원하다’는 통설은 고위 공직자들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는 게 입증된 것이다.    

시사저널은 문재인 정부의 고위 공직자 가운데서도 핵심 고위직이라고 할 수 있는 행정부처 장차관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공직자의 거주지를 조사했다. 대한민국 ‘특구’의 상징인 강남 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 거주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결론적으로 56명의 대상자 가운데 강남 3구에 주소지를 둔 이는 모두 1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 재산의 현재 거래가를 합하면 약 261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래가(7월6일기준·KB부동산)는 최대 44억원에서 최소 12억원 수준이었다.

장차관 41명 중 10명 강남 부동산 소유

문재인 정부 18개 부처 장차관 41명 중 10명이 강남 3구에 부동산을 소유, 거주하고 있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등 장관 2명과 홍정기 환경부 차관,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 등 차관 8명이다.

가장 고가의 주택에 거주하는 주인공은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다. 지난 3월2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정기재산변동 신고사항 관보에 따르면, 당시 부산지검장이었던 고 차관은 서초구 반포동에 140.13㎡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 신고가액은 24억4000만원이지만 실거래가는 44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은 서초구 반포동에 113㎡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으며 신고가액은 13억5200만원이지만 실거래가는 24억원 수준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서초구 서초동에 145.20㎡ 규모의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으며 현 시세는 20억원이다.

3월26일 정기재산변동 신고 당시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2채의 아파트를 소유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4월15일 한 채를 18억원에 매각했다고 밝혔다. 남은 한 채 역시 18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 또한 서초구 방배동에 168.77㎡ 규모의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으며 18억원 수준이다. 홍정기 환경부 차관이 거주하는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는 74.54㎡ 크기로 실거래가는 16억원이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소유한 주상복합형 아파트는 136.10㎡ 규모로 서초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매매가는 16억원이다.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역시 16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갖고 있다.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아파트는 136.32㎡ 규모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초구 방배동 소재 111.01㎡ 규모의 연립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며 실거래가는 14억원 수준이다. 가장 저렴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인공은 손명수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다. 3월26일 관보 게재 당시 국토교통부 기획조정실장 자리에 있던 손 차관의 아파트는 송파구 오금동에 있으며 84.98㎡ 규모로 13억원에서 거래된다.

청와대 수석 15명 중 3명이 강남에 주소

문재인 대통령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청와대 실장과 수석 이상급 인사 15명 중 3명이 현재 강남 3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강남에 2채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어 논란이 된 김조원 민정수석은 강남구 도곡동과 송파구 잠실동에 각각 한 채씩 보유하고 있다. 본인 명의의 도곡동 아파트는 84.74㎡ 규모로 실거래가는 15억원에서 17억원이다. 배우자가 보유한 송파구 잠실동 123.29㎡ 크기 아파트의 경우 17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정부의 ‘고위 공직자 1주택’ 방침에 따라 매도가 예상되지만 7월15일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상조 정책실장의 경우 강남구 청담동에 120.22㎡ 규모의 아파트 한 채를 소유하고 있으며 현 시세는 17억원이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경우 현재 매각 입장을 밝힌 서초구 반포동 45.72㎡ 크기 아파트 실거래가는 12억원 수준이다.

강남 3구를 선호하는 것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176명의 소속 의원 중 41명이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였고, 이 중 강남 3구와 강북 지역의 대표적 부동산 급상승 지역으로 통하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에 주택을 소유한 민주당 의원은 3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래가 10억원 이상의 소위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여당 의원도 24명이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7월8일 “다주택자 의원들은 빠른 시일 내에 주택을 처리할 것”을 주문했지만, 아직 당내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아예 “(부동산 처분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사유재산 처분은 헌법에 보장된 것이다. ‘특별한 권력관계’에 있다면 몰라도 (다주택자에 대한 처분 권고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즉 청와대 참모진 등 현 정부 권력층과 야당은 무관하다는 뜻이다.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통합당 소속 의원 중 다주택자 역시 41명으로 민주당과 똑같았다. 하지만 전체 의원 비율로 보면 민주당의 24.4%에 비해 통합당은 39.8%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7월 강남 3구에 부과된 재산세는 총 7933억원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재산세의 38.5%(총 2조611억원·주택 1조4283억원, 비주거용 6173억원)에 해당한다. 강남구가 3429억원으로 가장 많으며 서초구 2343억원, 송파구 2161억원 순이다. 가장 적은 재산세를 내는 강북구(229억원)와 강남구의 차이는 약 15배다. 정부 정책과 부동산 대책에도 ‘강남 불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남 3구는 최대 투자처이자 안전자산인 셈이다.

강희용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은 강남의 의미를 ‘욕망과 배제의 도시’로 정의했다. 강 전문위원은 “강남은 한국 사회의 경제·사회·문화 권력을 독점하면서 주변을 배제시킨다”며 “강남 안에서는 독점과 배제가 이뤄지고 강남 밖에서는 욕망과 선망의 대상으로 강남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남 3구의 상징성에 매몰되거나 휘둘리기보다는 이 같은 프레임을 벗어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금태 기자  mark101712@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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