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청 청, 검찰 힘 더 빼는 당정청.."4급 보좌관만 수사하란 뜻이냐"

고영태 기자l승인2020.07.31l수정2020.07.31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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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청 청, 검찰 힘 더 빼는 당정청.."4급 보좌관만 수사하란 뜻이냐"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가 30일 검찰과 국정원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권력기관 개편안을 논의하고 연내 마무리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개편안에선 대통령 및 대통령 가족, 국회의원, 장·차관 등을 검찰 직접수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들에 대한 수사를 전담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또한 국정원은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꿔 국내 정보활동 및 대공 수사 권한을 박탈한다. 검찰·국정원에서 폐지되는 기능 일부를 경찰에 이관해 국가경찰·자치경찰로 역할을 나눈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번 개편안은 지난해 말과 올 초 통과한 공수처 설치안,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현실화하려는 하위 시행령, 추가 입법안 등을 당·정이 논의해 확정하는 작업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협의회에 참석해 “20대 국회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은 권력기관 개혁을 다시 시작한다”며 “대통령령을 개정해 검찰의 1차 직접수사 범위를 필요한 분야로만 한정하고, 검·경 관계를 지휘 관계에서 협력 관계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 주도로 개정한 검찰청법(4조1항)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에 한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협의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마약 수출입 문제를 경제 범죄의 하나로, 주요 정보통신기관 사이버 범죄를 대형참사 범죄 중 하나로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지금처럼 마약·사이버 관련 1차 수사를 하도록 허용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부패·공직자 범죄와 관련해서는 검찰 권한을 축소했다. “범죄 주체인 주요 공직자 신분과 일부 경제 범죄에 대한 금액 기준을 법무부령에 둬 수사 대상을 재차 제한한다”(조 정책위의장)는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조남관 법무부 검찰국장은 “부패·공직자 범죄 주체 신분은 공직자 재산등록 신고 대상 공직자, 원칙적으로 4급 이상을 (검찰 수사) 대상으로 한다”며 “금액 기준은 부패범죄의 경우 뇌물액수 3000만원 이상을, 경제범죄는 사기·배임 피해액 5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검찰 직접 수사가 가능하도록 (대상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급 이상 고위공직자를 검찰이 직접 수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장·차관급에 해당하는 국회의원과 3급(중앙부처 국·과장급) 이상 주요 공무원은 이미 공수처에 수사권을 몰아주기로 민주당내에서 입법 및 논의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정치권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에 검찰이 손을 댈 수 없도록 법무부 장관령으로 원천 봉쇄하는 조치다. 이와 관련 한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은 “검찰이나 경찰이 특정 기업을 조사하다가 그에 연루된 정치인이 나올 수 있다. 만약 현직 국회의원이 나오면 그 사안은 바로 공수처로 넘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5급 이하는 경찰이, 3급 이상은 공수처가 수사하면 검찰은 4급 보좌관만 수사하라는 것이냐"는 말이 나온다.
뇌물액·피해액 기준 수사 대상 제한 역시 논란이 예상된다. 당·정은 각각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3000만원 이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죄(5억원 이상) 기준을 일괄 적용해 검찰 수사권을 제한할 방침이다. 즉 3000만원 이하의 뇌물은 검찰이 수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수사 개시 단계에서 2000만원 뇌물 혐의가 파악됐다가 액수가 두세배씩 커지는 경우도 많고, 반대로 처음에 파악된 혐의를 다 입증하지 못하는 수사 역시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수사 결과 기준이 아닌 수사개시 단계 기준으로 권한 적법성을 따지겠다”고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당·정·청은 이날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은 2022년 1월부터 제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 2월 공포된 형사소송법 개정안(321조)을 4년 안에 시행하기로 했었는데 “현 정부 임기 종료 전 시행” 기조대로 시기를 확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권력기관 개혁은 해방 이후 처음 경험하는 형사·사법의 중대 변혁”이라고 자평했다. 현재 민주당에서는 추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겨냥한 법안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검찰총장을 차관급으로 낮추는 내용을, 김남국 의원은 대검 감찰 담당 검사의 독립성과 직무수행 우선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이번 개편안에서 검찰 힘 빼기와 반비례해 경찰에는 ‘국가수사본부’를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역할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눠 국가경찰 안에 독립 수사기관을 설치하는 방안을 당·정·청이 논의했다. 자치경찰은 관할 지역에서 생활안전, 교통, 여성·아동·노약자, 지역행사 경비 등 업무를 처리한다.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비용 문제와 조직 불안, 민주적 통제에 대한 우려 등을 고려해 역할만 구분하고, 경찰 조직 이원화는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광역단위(시·도경찰청)와 기초단위(경찰서)를 지금처럼 하나로 묶는 방안인데,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자치경찰” 지적이 나온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경찰권의 분산과 자치분권의 확대라는 자치경찰제 도입의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안”이라고 했다. 당·정은 각 시·도에 ‘시도자치경찰위원회’를 7인으로 구성해 자치경찰 지휘·감독 역할을 맡길 방침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해진 경찰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하는 개혁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야당은 이같은 개편안에 부정적이다.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현재 대통령령 초안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식물’로 검찰을 ‘행정 공무원’으로 고착화하도록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정의당에서도 “사법개혁의 대의로 출발한 검찰개혁이 정권에 순응하는 검찰을 만들려는 것으로 비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재점검해봐야 할 것”(김종철 선임대변인)이란 지적이 나왔다.

고영태 기자  ydng111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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