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북한 숨겨온 제3의 핵시설..'완전한 비핵화' 압박카드로

배상길l승인2019.03.01l수정2019.03.0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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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북한 숨겨온 제3의 핵시설..'완전한 비핵화' 압박카드로
협상 걸림돌 된 '영변+α'는/무기급 고농축우라늄 제조시설/ 소형발전기 1∼2대면 가동 가능/ 그간 美 싱크탱크·언론서 의심/ 트럼프, 정상회담서 지적한 듯/"美의 감시능력 과소평가 안 돼"/ 北, 핵시설 추가공개 고심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오후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 도출에 실패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플러스 알파’인 우라늄 농축 시설은 북한의 핵능력 중 외부에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는 부분이다. 북한은 영변에 위치한 시설 외에 다른 핵시설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미국은 북한이 제3의 지역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비밀리에 가동하고 있다고 의심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오후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제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오후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제 2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숨기기 쉬운 우라늄 농축시설… 최대 10개 거론

핵폭탄을 만드는 재료 중 하나인 플루토늄은 원자로 등 대규모 시설이 필요하다. 그만큼 미국 정찰위성에 포착되기 쉽다. 반면 무기급 고농축우라늄(HEU)을 만드는 우라늄 농축에 쓰이는 원심분리기 시설은 600㎡(180여평) 크기에 불과하고, 소형 디젤 발전기 1~2대면 시설을 가동할 수 있어 위장이 용이하다. 

지난 21일 위성에서 촬영된 북한 영변 핵시설 모습. 최근 활동한 흔적은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수천대의 원심분리기를 제작·가동해 영변의 5㎿e 원자로와 별도로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을 축적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핵무기 1개를 제조하려면 15~20㎏의 HEU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750~1000개의 원심분리기를 연결해 1년 동안 가동해야 한다. 북한은 영변에 2000개의 원심분리기를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영변에서 매년 2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HEU를 생산하는 셈이다.

하지만 영변 이외의 지역에서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용한다면 북한의 핵물질 생산 능력은 영변 핵시설이 폐기돼도 사라지지 않는다. 미국이 정찰위성을 비롯한 정보수집 수단을 총동원해 북한 전역을 감시했던 이유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정보당국이 파악하고 있으나 북한은 언급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설을 언급하며 북한 측을 압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보당국의 활동을 통해 북한 내 핵시설 현황을 파악한 미국은 북한이 스스로 밝힌 핵시설 목록과 비교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점검하고, 불가역적 수준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22일 전직 청와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여러 시설에 분산시킨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대 10개 안팎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평양 근교 지하에 집중된 것으로 여겨진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에 존재하는 핵물질 생산시설과 핵무기 저장시설 등이 300개 가까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제3의 핵시설을 언급함에 따라 북한은 향후 협상에서 영변 외 다른 지역의 핵시설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소식통은 “미국의 감시능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이미 북한 내 핵시설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으며, 북한이 공개할 핵시설 목록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북한의 비핵화 진의를 탐색하려 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빈손’… 제 갈 길 가는 두 정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담판’이 결렬된 뒤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전용차량을 이용해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하노이=AFP연합뉴스]

결국 ‘빈손’… 제 갈 길 가는 두 정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 담판’이 결렬된 뒤 심각한 표정을 한 채 전용차량을 이용해 숙소로 돌아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굳은 표정을 지은 채 귀국행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에 앞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비핵화 합의 없이는 제재 완화도 난망

비핵화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북한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제재 완화도 미뤄지는 모양새다. 북한이 지속해서 원하던 상응조치는 대북제재 일부 또는 전면 해제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협상에서 북한은 제재 해제 협상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은 가장 낮은 단계의 경제적 지원으로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을 언급한 바 있다. 이보다 나아간 경제적 상응 조치로는 한국과 함께 제시할 수 있는 경제적 보상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가 테이블 위에 올라 있던 상황이었다. 또 한국 측에서 제공할 남북 간 철도·도로 연결 등 남북 경협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양자 간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도 제시됐으나, 종전선언은 정치적 차원의 선언에 불과할 뿐 북한 민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조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낼 만한 상응조치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선언이 이번 합의에 들어가는지에 대한 질문에 “지켜보자”며 즉답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 “긴급한 시간표는 없다”면서 속도 조절론을 거듭 피력하며 장기전을 기정사실화해왔다.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시간에 쫓겨 북한의 페이스에 끌려다니는 협상을 하는 것보다는 제재를 고리로 시간을 두고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하는 정책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상길  sork112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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