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중국과 환경정책 인공강우 협력, 현실성 있나

장민경 기자l승인2019.03.09l수정2019.03.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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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중국과 환경정책 인공강우 협력, 현실성 있나

문재인(오른쪽)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미세먼지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한·중 공조방안을 구체적으로 지시했습니다. 6일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과 울산 단 2곳을 제외한 15곳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한창 시행 중이던 날입니다. 서울·인천·경기·세종·충남·충북은 사상 처음으로 6일 연속 발령됐으며 비상저감조치 시행 시·도가 1일 8곳, 2일 7곳, 3일 7곳, 4일 9곳, 5일 12곳, 6일 15곳으로 계속 늘면서 국민 불만이 고조되던 시기였습니다.

문 대통령이 지시한 해법은 △기술협력을 통한 공동 인공강우 실시 △비상저감조치 공동 시행 △공동 미세먼지예보시스템 운영 등 세 가지입니다. 모두 중국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항들입니다. 바로 그 다음날인 7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속되는 경우 긴급조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합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민이 체감하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서는 중국과의 실질적인 저감 협력이 절실하다”며 “중국과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공동 시행을 협의·추진하고 한·중 인공강우 기술 교류 및 공동 실험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얼마나 협조적으로 나올지 장담할 수 없어 실효성엔 의문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주상원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중국과 인공강우와 관련한 협의를 한다고 곧바로 실험을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협의 과정에서 결정되겠지만 실험 시기를 예단할 수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사실 주 원장을 비롯한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들이 지난해 중국기상과학원을 찾아 인공강우와 관계된 전문가 및 기술 교류 등을 논의했지만 아직까지 중국 측 답변이 없는 상태입니다. 중국을 탓할 수만 없는 게 독자적으로 힘들게 축적한 인공강우 고유기술을 선뜻 다른 나라에게 내놓는다는 건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당연한 일입니다.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인공강우 기술력이 앞섭니다. 중국은 미국 등과 함께 이 분야 최고 선진국으로 꼽힙니다. 중국이 인공강우 강국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인공강우 시설을 갖춘 지방자치단체만 2000개가 넘습니다. 인공강우가 일상화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인공강우를 동원해 미세먼지를 걷어내는 실험을 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최근에도 중국은 베이징 등지를 대상으로 국지적인 인공강우 시도를 해 효과를 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공강우 연구가 처음 시작된 것은 지금부터 73년 전인 1946년입니다. 미국 대기과학자 버나드 보니것(Bernard Vonnegut) 박사가 요오드화은(AgI)이라는 물질이 구름의 씨앗인 응결핵으로 작용해 비나 눈의 양을 늘릴 수 있다는 연구를 하면서부터입니다. 연구 결과는 1년 뒤인 1948년 발표됐고 날씨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에 학계는 흥분했습니다.

그동안 한국에선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인공강우 연구가 지지부진했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2002년에서야 비행기를 이용한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고 특히 2008년부터는 항공실험이 집중적으로 이뤄졌습니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실험 결과를 보면 인공증설 실험은 모두 28회 실시해 이 가운데 12회 성공했고 인공증우 실험은 모두 14회 실시해 4회 성공했습니다. 인공증설 성공률은 42%, 인공증우 성공률은 28%인 셈입니다.

기상청은 성공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눈이 1㎝ 더 내리고 비는 1㎜ 정도 더 내린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은 인공강우 효과를 확인했다는 뜻으로 실험으로 인한 강수 예상지역에서 눈이나 비가 관측되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눈이나 비의 양에는 관계없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져도 성공으로 간주합니다. 작년에도 12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요약하면 국내 인공강우 실험 성공률은 30~40%로 성공할 경우 비는 1㎜, 눈은 1㎝ 가량 더 내린다는 분석입니다. 대한민국의 인공강우 기술은 선진국의 73% 수준, 격차는 6.8년입니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주도한 지난 1월 실험은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기도 했습니다. 기상항공기를 이용해 응결핵을 뿌렸지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인공강우는 미세먼지 피해를 줄일 좋은 대안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낼 가능성이 낮다는 회의론이 더 우세한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은 가뭄 해갈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 온 인공강우 기술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간당 50㎜의 폭우가 한 시간 동안 쏟아져도 미세먼지의 40% 정도만 제거된다는 설명입니다. 미세먼지보다 크기가 작은 초미세먼지의 경우 인공강우 효과가 더 떨어진다고 합니다.

[지난 1월 25일 올 들어 처음 실시된 인공강우 실험을 위해 기상항공기 1호인 ‘킹에어 350’이 요오드화은 살포 지점인 전남 영광 북서쪽 110㎞ 해상으로 비행하고 있다. (사진=기상청)]

지난 1월 25일 올 들어 처음 실시된 인공강우 실험을 위해 기상항공기 1호인 ‘킹에어 350’이 요오드화은 살포 지점인 전남 영광 북서쪽 110㎞ 해상으로 비행하고 있다. (사진=기상청)

◇ 기상청도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해결책이 아니라는데…”

사실 기상청 스스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공강우가 고농도 미세먼지 해결의 주요 대책이 될 수 없음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경기도와 국립기상과학원은 인공강우를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경기지역에서 9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단행했습니다. 기상청은 실험이 끝난 뒤 “현재 수준의 인공강우 기술을 현장에서 미세먼지 개선을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지난 1월 서해상 인공강우 실험 계획을 공개한 주상원 기상과학원장은 발표 당일에도 “국내에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할 때는 주로 고기압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인공강우에 적합한 기상조건이 아니다”라면서 “인공강우는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의 주요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에도 국립기상과학원은 3가지 이유를 들어 인공강우로 고농도 미세먼지를 해결하는 일이 힘들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우선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고기압과 정체라는 기상 조건과 인공강우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기상 조건이 서로 다르다는 점, 다음으로는 미세먼지가 영향을 미치는 영역은 적어도 수천 ㎢인데 인공강우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은 100~200㎢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인공강우 성공 시 내리는 비의 양도 현재 1㎜ 정도로 이 정도 비로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인공강우가 미세먼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장민경 기자  Ecohk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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